
▴합동참모본부가 10월5일 25사단 DMZ 작전 간 지뢰 폭발상황 관련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수행된 MDL 이남 북한군 지뢰 제거 작전의 영상 갈무리. 합동참모본부 제공
최근 대한민국 외교·안보 전선에 거대한 두 개의 파고가 동시에 몰아쳤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리 정부와의 비밀 합의를 깨고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전격 공개해 버린 ‘외교적 배신’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토에 불법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은 ‘안보적 도발’이다.
두 사건 모두 대한민국의 국익과 주권, 국민의 안전을 정면으로 위협한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우크라이나를 향해서는 전례 없는 분노와 강경론을 쏟아낸 반면, 정작 직접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향해서는 기묘할 정도의 침묵과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 통수권자가 보여준 이 극단적인 온도 차는 ‘국가안보와 외교’라는 관점에서 심각한 균형감 상실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먼저 우크라이나 포로 송환 공개 사건을 보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익을 위해 동맹국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추가 조치를 예고한 것도 외교적 원칙론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대국 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격정적인 어조로 상대를 몰아붙인 것은 실리 외교의 관점에서 과연 현명했는지 의문이다. 외교는 감정이 아닌 국익의 계산기여야 한다.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완전히 파탄 낼 기세로 치닫는 감정적 대응은 향후 전후 복구 사업이나 유라시아 외교 지형에서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자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작 격노해야 할 곳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사건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무력 도발이다. 우리 국민과 장병의 생명이 직결된 중대한 안보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이 무도한 도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정부가 초기 사태를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이 아닌 ‘불의의 사고’라는 식으로 은폐·축소하듯 표현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영토에 지뢰를 묻어 아군 장병의 다리를 앗아간 주체가 엄연히 북한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를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는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이자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에 대한 모독이다.
뒤늦게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현장 조사를 통해 '북한의 의도적인 지뢰 매설 도발'임을 공식 규명하고 나섰지만, 군 당국이 뒤늦은 진상 규명에 나서는 동안 정작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단호한 직접 언급이나 대북 경고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사태를 "서울의 자작극"이라 비난하며 남북 관계의 영구적 단절을 선언하는 오만한 담화를 발표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기만 하다.
이러한 비대칭적 대응은 대외적으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우방국에는 사소한 절차적 과오에도 국교 단절을 불사할 것처럼 날을 세우면서,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적대국에는 무기력하게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안보에는 단호하고 외교에는 유연해야 하는 것이 통치권자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처신은 안보에는 유연하고 외교에는 단호한 기형적 모습을 띠고 있다.
국가안보는 타협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이며, 외교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격노와 북한에 대한 침묵 사이에서 실종된 ‘외교·안보의 균형감’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한 응징과 흔들림 없는 안보 태세로 주권을 수호하고, 우방국과의 갈등은 감정을 배제한 세련된 막후 외교로 풀어나가는 것, 그것이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진짜 ‘강한 대한민국’의 리더십이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