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 수 년이 흘렀음에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평신도 선교사로 필리핀에 머물 때 미션홈 식구들과 함께 보라카이 섬으로 전도캠프를 갔을 때의 일이다.
세계적인 해변 관광지 섬으로 알려진 보라카이 여행은 전도캠프 보다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도착 다음날 나는 혼자 저녁노을이 물들 무렵 해변을 산책했다. 부드러운 바람, 고요한 바다위에 석양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을 만끽하며 걷고 있을 때 몇 미터 앞에 해변 모래사장에 둘러 앉아 깔깔거리며 웃는 아가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치려하는 순간 문득 “복음을 전할 좋은 기회가 아닌가?” “아니 열 명은 돼 보이는데 서툰 영어를 못 알아들으면 망신만 살걸?” 하는 마음속 갈등 겪으면서도 이상하게 발걸음은 그들 앞에서 멈췄다.
그 순간 한 아가씨가 내게 하이! 하는 것이었다. 그냥 인사 하는 것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Hi! Good afternoon!"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어디서 왔냐고 묻자 그들은 필리핀 여러 곳에서 왔고 이곳에서 가사도우미(홈메이드)로 일하기 위해 단체 합숙교육을 받는 중이고 교육이 끝나면 홍콩, 두바이 등으로 가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들 중 한명이 내게 반가운 표정으로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그 순간 내입에서 나온 말은 “"I am from Korea." "I did not come here by chance; I believe God sent me to meet you.(내가 이곳에 온 것은 우연히 아니라 여러분을 만나라고 하나님이 보내신 것 같다.)” 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낯선 나라에 가면 걱정이 많을 텐데 그런 걱정하실 필요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 자녀가 되면 어디를 가든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고 보호하시는 축복된 여정이 될 것이다.”라고 더듬거리며, 구원의 길이 적힌 영문 소책자를 주머니에서 꺼내들고 읽어 내려가려는 순간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해안가의 저녁은 금방 어둑해졌다. 더구나 작은 글씨의 소책자는 더 이상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평소 알고 있던 다락방 원색 복음 구원의 길을 영어로 설명했다. 설명을 할수록 나도 모르게 오순절 마가다락방의 방언이 터진 듯 영어가 줄줄이 나오면서 내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거침없이 복음을 설명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분명 성령께서 역사하신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런 영어 문장 구사력이 내 실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이 어두워진 가운데 열 명의 아가씨들은 내게 귀를 쫑긋 세우고 나의 메시지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하겠노라고 답을 한뒤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나를 따라서 영접기도를 했다. 그 순간 어떤 자매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내게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인사를 연신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받아 적으며 기도하겠노라고 하고 서로가 God bless for you! 외치며 헤어졌다.
그날 발길을 돌리며 올려본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지금껏 내가본 밤하늘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나는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만남 이었지만 주의 복음은 그들과 영원히 함께 할 것임을 믿는다.
성령이 이끄신 보라카이에서의 전도는 다락방 전도훈련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지 원색복음을 전할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는 것이 다락방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다락방전도를 쉬지 않는 무수히 많은 평신도 전도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내가 다락방 전도운동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교인은 많지만 실제 전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다락방에는 누구나 전도자 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나님은 가장 기뻐하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윤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