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동쪽 국경을 지나 인도차이나반도의 또 다른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찬란했던 고대 크메르 제국의 유산과 현대사의 가장 잔혹한 비극이 공존하는 나라, 캄보디아를 마주하게 됩니다.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세계 7대 불가사의인 앙코르와트의 웅장함에 감탄하지만, 이 땅의 흙 한 줌, 강물 한 줄기에는 채 수십 년도 지나지 않은 피비린내 나는 눈물과 통곡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1970년대 후반 극단적 공산주의 정권인 크메르루즈에 의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200만 명 이상이 학살당한 ‘킬링필드(Killing Fields)’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지식인, 종교인, 기술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이 집단 학살은 국가의 영혼과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잔인한 죄악이 휩쓸고 간 거대한 공동묘지 같았던 영적 황무지 위로, 하나님께서는 무서운 심판이 아닌 하늘의 위로와 부활의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셨습니다.
기독교 역사: 순교의 핏값 위에 세워진 거룩한 땅
캄보디아의 개신교 역사는 1923년 미국 기독교연합선교회(CMA) 소속인 아서 해몬드 선교사 부부가 입국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10여 년의 헌신 끝에 1933년 최초의 크메르어 신약성경을 번역해 내며 선교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하지만 1975년 정권을 잡은 크메르루즈는 종교 말살 정책을 펼치며 기독교를 철저히 파괴했습니다. 당시 약 1만 명에 달하던 캄보디아 기독교인의 90% 이상이 학살당하거나 굶어 죽었고, 살아남은 소수의 성도들은 정글과 태국 국경의 난민 캠프로 흩어져 눈물로 신앙을 지켜내야 했습니다. 1993년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고 종교의 자유가 공식 인정되면서 비로소 선교의 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던 영적 폐허였으나, 난민 캠프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성도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교회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미전도종족을 향한 기적적인 대부흥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개신교 복음화 현황: 비극의 역사에서 피어난 역동적 부흥
캄보디아 국가통계국 및 선교 연구 기관들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약 1,710만 명 중 여전히 95% 이상이 소승불교 신자입니다. 불교는 캄보디아의 국교로서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특히 개신교 복음화율은 약 1.5%~2%(약 25만~34만 명)로 추산되며, 이는 주변 불교권 국가(미얀마, 태국 등)에 비해 매우 역동적이고 빠른 성장세입니다. 현재 캄보디아 개신교는 캄보디아 기독교 연맹(EFC)을 중심으로 교파를 초월한 연합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킬링필드 이후 부모 세대를 잃은 캄보디아는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30대 미만인 매우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랜 불교적 관습에 덜 얽매인 청소년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복음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 개의 가정교회와 자생적 예배 처소가 전역에 개척되는 놀라운 역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전도종족: 크메르 주류 종족과 산악 지대의 소외된 영혼들
조슈아 프로젝트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총 41개 종족 중 약 60%에 달하는 24개 종족이 여전히 미전도종족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국가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주류 크메르족(Khmer)은 불교문화와 오랜 조상 숭배 사상에 깊이 매여 있어, 도심을 벗어난 농촌 평지 마을의 크메르족들은 여전히 강력한 복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더불어, 베트남 및 라오스 국경과 맞닿은 동북부 산악 지대(라타나키리, 몬둘키리 주)에 거주하는 자라이족(Jarai), 쯔엉족(Tampuan), 크룽족(Kreung) 등 소수 부족들은 자국어 성경과 복음의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 채 영적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얀마의 로힝야족처럼 캄보디아 내에서 이슬람을 믿으며 시민권 없이 차별받는 참족(Cham) 무슬림들 역시 우리가 구체적인 사랑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핵심 미전도종족입니다.
선교전략과 과제: 영적 고아들을 위한 치유와 차세대 리더 양성
킬링필드의 영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캄보디아를 237나라 복음화의 주역으로 세우기 위한 선교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세대간 내면 치유 및 총체적 사역:역사적 학살의 아픔으로 인해 가정이 붕괴하고 영적·정서적 고아 상태에 놓인 이들을 위해, 복음 전파와 더불어 심리적 트라우마 치유, 기술 교육, 의료 및 자립 지원을 병행하는 총체적 선교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②현지인 목회자 및 자생적 리더십 양성:급격한 교회 성장 속도에 비해 신학적 기초가 부족한 현지인 사역자들이 많으므로, 올바른 말씀 전파를 위한 체계적인 신학 교육과 현지인 중심의 교회 개척 운동(CPMs)을 전폭적으로 후원해야 합니다.
③소수 부족어 성경 번역 및 참족 선교:동북부 산악 부족들의 모국어 성경 번역을 가속화하고, 굳게 닫힌 참족 무슬림 마을을 향해 교육과 보건 사역을 통한 성육신적 접근 전략이 필요합니다. / 발행인 윤광식
[다음화 예고] ⑤ 인도차이나반도의 은둔의 땅 '라오스(Laos)’
사회주의 공산 정부의 강력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마을 공동체로부터의 추방과 투옥이라는 실제적인 박해 속에서도 지하에서 들풀처럼 무섭게 피어나고 있는 라오스 교회의 영적 생명력을 찾아갑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영적 기근을 겪고 있는 라오스 140여 개 미전도 소수 부족들의 실태와, 핍박 속에서 오히려 정금처럼 단단해지는 현지 성도들의 뜨거운 영적 전쟁과 승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