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박해 현장을 가다]② 청두 이른비언약교회의 눈물

'기독교 신앙을 위한 선언서’ 발표에 당국의 보복 이어져

2026-08-29 12:47:21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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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비언약교회 왕이 목사와 성도들이 예배 도중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중국 서부의 중심지 사천성 청두(成都)의 이른비언약(秋雨圣约)교회는 독재 권력의 사법적 칼날 위에서 교회가 어떻게 순교자적 야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치열한 기록이다. 2005년 중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 변호사였던 왕이 목사의 서재에서 시작된 이 교회는 철저한 칼뱅주의 개혁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성도 500명이 넘는 거대한 영적 보루로 성장했다. 이른비언약교회는 숨지 않았다. 청두 시내 중심가에 당당히 간판을 걸고 낙태 반대 운동, 사천 대지진 피해자 구호,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 기도회 등 정권이 극도로 기피하는 사회적 아픔을 복음으로 정면 돌파했다. 특히 왕이 목사는 2018년 중국 전역 목회자들의 서명을 받아 공산당의 종교 통제를 비판하는 기독교 신앙을 위한 선언서를 발표하며 시진핑 정권의 거대한 역린을 건드렸다.

정부의 보복은 전격적이었다. 2018129일 주일 저녁, 공안국은 대대적인 기습 작전을 통해 왕이 목사와 성도 100여 명을 하룻밤 사이에 체포하고 교회를 폐쇄했다. 당국은 왕이 목사에게 중범죄자에게나 적용하는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를 덮어씌워 징역 9년이라는 최고형을 선고했다. 사법 권력을 무기로 교회의 심장을 도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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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당국은 최근 청두 이른비언약교회 예배 현장을 급습해 다수의 성도들을 경찰로 연행했다.(사진=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이 참혹한 기습의 밤, 교회의 영적 깊이를 보여주는 눈물겨운 전언이 전해진다. 공안들이 교회를 난입해 성도들을 바닥에 꿇리고 거칠게 수갑을 채울 때, 교회의 주일학교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때 한 처소교회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꼭 껴안으며 나직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십 번을 불러 아이에게 가장 익숙했던 찬송가,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였다.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 다른 성도들이 하나둘 화답하며 체포 현장은 순식간에 웅장한 찬양의 예배당으로 변했다.

공안들은 성도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으나,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고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 감옥으로 끌려가는 길은 공포가 아니라 영광의 길이었다.

그러나 이른비언약교회는 해체되지 않았다. 담임목사가 독방에 갇힌 오늘날까지도, 성도들은 공안의 추적을 피해 주일마다 청두 시내의 이름 없는 공원, 강변, 개인 아파트를 흩어지며 게릴라식 예배를 이어가고 있다. 매달 공안의 급습과 연행이 반복되지만, 이들은 풀려나면 다음 주에 다른 장소에서 다시 모인다. 성도들은 감옥에 갇힌 왕이 목사를 옥중 파송 선교사라 부르며 고난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사건은 중국 당국이 전국의 대형 가정교회를 와해시키는 사법 탄압의 템플릿(Template)이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안일한 물질주의에 젖어 있던 대륙의 기독 청년들에게 정치 권력은 바뀔지라도 교회의 제단은 영원하다는 순교적 교회론을 부활시키는 강력한 기폭제가 되었다. 칼날 위에 세워진 이른비언약교회의 예배는 건물에 갇힌 현대 교회가 잃어버린 십자가의 진정한 야성이 무엇인지 온 세계에 웅변하고 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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