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0월 16일, 정부가 알제리 티지우주에 있는 타파스 교회를 봉인 중이다. (모닝스타 뉴스)
중미 카리브해의 억압을 넘어, 이번에 영적 안테나를 맞출 곳은 지중해를 마주한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알제리(Algeria)이다. 인구의 99%가 수니파 무슬림인 이 거대한 대륙에서, 최근 수년간 복음주의 개신교회들을 향한 정부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성전 봉쇄령’이 떨어져 온 세계 교회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이 탄압으로 인해 알제리 최대의 개신교 연합체인 알제리개신교협회(EPA) 산하 47개 교회의 예배당이 단 한 곳만을 제외하고 공안국에 의해 납으로 전면 밀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탄압의 사법적 무기는 2006년 제정된 조례 06-03이었다. 알제리 정부는 모든 비무슬림 예배는 정부 승인을 받은 건물에서만 드려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허가를 담당하는 국가위원회는 법 제정 이후 단 한 건의 예배당 허가증도 발급하지 않는 행정적 교착 상태를 고의로 유지했다. 결국 정부는 EPA 소속 교회들을 향해 ‘미등록 건물에서의 불법 예배’라는 억지 혐의를 씌워 예배당을 하나씩 강제로 봉쇄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10월 16일, 알제리에서 가장 큰 대형 교회였던 ‘풀가스펠 전능교회’마저 공안군이 난입해 성도들을 폭행하고 예배당 정문에 대형 철제 사슬과 봉인 라벨을 붙이며 탄압은 정점에 달했다. 나아가 정부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성도들을 ‘무슬림의 신앙을 흔드는 죄’로 기소해 징역형과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고, 2024년 12월에는 5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기독교 온라인 미디어 그룹까지 강제 폐쇄하는 등 디지털 공간까지 완벽히 차단했다. 그 결과 2025년 1월을 기점으로 알제리 땅에서 눈에 보이는 개신교 성전은 사실상 전멸하는 ‘영적 동토’의 시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성전의 문이 굳게 닫힌 그 절망의 자리에서, 알제리 성도들은 2천 년 전 초대교회의 야성을 다시 꽃피우는 현지의 눈물겨운 증언을 남겼다.
공안군에 의해 교회가 강제 봉쇄된 북부 카빌리(Kabylie) 지역의 한 마을. 주일 아침, 갈 곳이 없어진 성도들은 공안의 눈을 피해 마을 외곽의 거친 올리브나무 숲속으로 기어들었다.

▴교회가 폐쇄되어 숲속에서 그늘막을 치고 예배하는 모습
매서운 광야의 바람 속에서 성도들은 맨바닥에 꿇어앉아 숨죽여 찬양을 부르고 성찬식을 거행했다. 그때 마을 무슬림들의 밀고를 받은 경찰 차량이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체포의 공포가 숲을 덮쳤을 때, 평생 무슬림으로 살다 그리스도를 영접한 한 노(老) 성도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경찰들이 총을 겨누며 "불법 집회를 중단하라"고 고함을 지르자, 노 성도는 주머니에서 때 묻은 불어 성경을 꺼내 들고 담대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관원들이여, 당신들이 법의 이름으로 우리 교회의 철문을 닫고 사슬을 채울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하나님이 지으신 이 광활한 하늘과 올리브나무가 우리의 거대한 성전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이 이 대자연의 성전까지 밀봉할 수 있겠습니까?“
노 성도의 당당한 영적 기백에 경찰들은 당황했고, 성도들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세례식과 성찬을 끝까지 완수했다. 비록 목회자들은 연행되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알제리 성도들은 스스로를 '내부적 망명자'라 부르며 올리브나무 아래의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2026년 현재, 알제리 교회는 철저히 가정과 차고, 그리고 지하의 네트워크로 숨어들었다. 성경과 기독교 서적의 반입이 전면 차단되어 말씀의 기갈을 겪고 있으며, 가족과 무슬림 이웃들로부터 가택 연금과 폭행을 당하는 이중고 속에서도 이들은 신앙의 정절을 지키고 있다.
알제리 EPA 성전 봉쇄 사건은 현대 교회를 향해 거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건물은 밀봉될 수 있고 제도는 지워질 수 있지만, 광야의 올리브나무 아래서 피어난 성도들의 자생적 신앙은 독재의 사슬보다 강하다. 예배당이라는 안락한 울타리가 사라질 때 도리어 가장 순결하고 단단한 참된 교회가 시작됨을, 북아프리카의 쇠사슬을 끊어내는 알제리의 지하 카타콤 교회가 온 천하에 증명하고 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