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한 기독교인이 두 손 높이 성경을 들고, 도시 정경을 내려다 보고 있다.©한국VOM
출입국 “진술 못 믿겠다” 난민 거부했으나, 법원 “은어 ‘수영’ 등 구체적 진술 신빙성 있어” 원고 승소
교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본국 송환 시 배교 처벌 위기 차단한 사법부 판결에 환영했다. 또한 국내 이슬람권 다민족 선교 사역의 중요전환점 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이란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뒤 종교적 박해를 피해 대한민국으로 탈출한 이란인이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번 판결은 이슬람 율법상 배교자로 분류되어 본국 송환 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대한민국 재판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파악되어 교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이란 국적자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독실한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나 이슬람 신학교에 다녔으나 이슬람교가 자신의 양심에 부합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후 이스파한시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를 접해 개종을 결심했고, 여행객으로 위장한 기독교 전도사들을 만나 그들이 머물던 호텔에서 세례받았다.
A씨는 그길로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필리핀 등 해외를 방문해 기독교 교육을 받았다. 귀국 후에는 자택에서 비밀리에 신앙을 공유하는 ‘가정교회’ 형태로 전도 활동을 했다.
하지만 2018년 동료 교인이 경찰에 체포되고 혁명수비대에 있던 가족으로부터 본인도 경찰이 곧 잡아갈 것이란 경고를 받자 A씨는 그해 필리핀을 거쳐 대한민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예배·전도 활동에 매진한 그는 2020년 난민인정 신청을 했으나 당국은 신청 경위에 관한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재판부는 A씨가 기독교 세례를 ‘수영’이라 부르는 등 이란 현지 실정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진술한 점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슬람교는 이란의 국가 정체성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이슬람 종교율법인 ‘샤리아’에 의하면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배교자로 간주돼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고, 이는 이란 법률상 형사 범죄도 구성한다”고 짚었다.
또 “이란은 현재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전쟁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국가에선 사회적 결속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고, 그 과정에서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에 대해 인권침해나 차별이 일어날 위험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상 배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이며, 현 이란의 위기 상황에서 소수자 차별과 인권침해 위험이 크다고 보아 A씨가 본국에서 박해받을 공포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교계는 이번 판결이 국내 이슬람권 다민족 선교 사역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