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합동 총회 교세 통계추이, 교회수, 목회자 수에 비해 전도사, 강도사 수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사상 초유의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암초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교계의 위기 경고는 신학대학원(신대원)의 신입생 모집 부족이나 입학 경쟁률 하락 등 주로 ‘공급의 입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진짜 시한폭탄은 따로 있다. 바로 기성 교회 수에 비해 현장을 지탱할 강도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의 숫자가 턱없이 모자란 ‘수요-공급의 극단적 미스매치’다. 신학생 감소라는 도미노가 결국 사역 현장의 공동화(空洞化)와 교육부서 마비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 주요교단 교회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부교역자 실태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주요 교단 통계위원회의 최신 지표는 사역 현장의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담임목사 청빙 가능 후보군이자 교회 실무를 전담하는 부목사, 강도사, 전도사의 절대적 부족이 통계 팩트로 입증됐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부교역자 수급 관련 설문조사도 이를 반증한다.
⚫현직 담임목사 83% : "최근 부교역자 청빙 공고에 지원자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직 담임목사 86% : "앞으로 부교역자 구하기가 더욱 불가능해질 것"
⚫신대원 졸업생 51% : "졸업 후 기성 교회 전임 사역(부교역자)을 하지 않겠다“
주요 교단별 실태는 다음과 같다.
① 예장 합동: 11,920개 교회 vs 강도사 단 456명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의 내부 교세 통계는 수급 붕괴를 정조준 한다. 교단 내 전체 교회 수는 11,920개에 달하며 담임목사는 11,235명이다. 반면 이들 교회의 허리이자 담임목사 진입 직전 단계인 교단 내 강도사는 고작 456명에 불과하다. 교회 26곳당 강도사가 단 1명꼴인 셈이다. 여기에 담임목사 후보군이 될 수 있는 1970~2000년대생 부목사 수도 3,416명뿐이어서, 향후 10년 내 은퇴할 담임목사 8,063명(전체의 71.7%)의 자리를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2030년을 기점으로 담임목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교회가 속출할 것"이라는 교계 전문가들의 시뮬레이션이 나오는 이유다.
② 예장 통합: 교회는 9,446개인데 전도사·강도사 등 부교역자 수만 급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목사 수는 전년 대비 510명(2.27%) 증가한 23,020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교회의 교육 부서와 주일 사역을 도맡아야 할 강도사 및 전도사 지표는 매년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퇴 목사 위주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반면, 현장 실무자인 전도사 유입은 단절된 구조다. 이미 현장 담임목사의 83%가 "부교역자 청빙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아예 없다"고 답해 통계가 현실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③ 예장 백석: 9,725개 교회 급증, 부교역자 수요 폭발로 심각한 '품귀 현상’
예장 백석은 타 교단과 달리 신대원 충원율(109.3%)을 유치하며 공급 선방을 이뤄냈다. 하지만 교단 통합 운동의 영향으로 교회 수가 9,725개로 급증하면서 예상치 못한 불균형이 터졌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장 교회의 '부교역자 수요'에 비해, 신대원이 공급할 수 있는 전도사·강도사의 절대적인 숫자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늘어난 교회 수 대비 사역자 부족이라는 교단 고유의 ‘양적 미스매치 구인난’을 겪고 있다.
④ 예장 고신: 교회 수 늘었지만 부교역자 지표는 최악의 '감소세’
예장 고신 총회의 최근 10년 통계를 보면 교회 수는 2015년 1,840개에서 최근 2,118개로 늘어났다. 전체 목회자 수도 소폭 늘었지만, 이는 은퇴 목회자를 포함한 수치다. 고신 총회 통계보고서는 현장 사역의 주축인 강도사와 전도사 숫자가 매년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교회는 늘어나는데 일꾼은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주요 교단별 긴급 대책나서
단순히 "신학생을 많이 뽑겠다"는 대책으로는 무너지는 전도사·강도사 라인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각 교단은 실질적인 목회 구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주요 교단별 목회자 수급 대응 긴급 카드로 내세우는 대책은 다음과 같다.
⚫예장 합동·통합 : '목회자 정년 연장' 및 노회 중심 '교회 합병' 제도화
⚫예장 고신 : 평신도 장로 주도 '한 교회 한 신학생 보내기' 장학 전력 질주
⚫예장 백석 : 여성 사역자 전면 배치 및 부교역자 처우 개선 교육
예장 합동 · 통합 | "정년 연장 및 구조적 교회 합병 카드로 버틴다“
양대 교단은 현장 목회자 결원을 메우기 위해 매년 총회마다 격론이 벌어지는 '목회자 정년 연장(현행 70세에서 73~75세로 연장)' 카드를 본격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장 강도사와 부목사가 부족해 담임목사 은퇴 후 후임을 구하지 못하는 농어촌 및 개척교회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형 교회들이 교역자 부재로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회 주도의 전략적 '교회 합병 매뉴얼'을 공식 수립, 1인의 목회자가 여러 교회를 돌보는 다교회 시무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예장 고신 | "장학금 대폭 확대로 전도사 생활 안정 지원“
강도사·전도사 급감 원인 중 하나가 최저임금 수준의 사례비(월평균 108만 원 선)라는 분석에 따라, 고신 총회는 전국장로회연합회(전장연)를 필두로 평신도 지도자들이 직접 재원을 마련했다. 개별 교회마다 청년 소명자를 발굴하는 ‘한 교회 한 신학생 보내기 운동’과 연계해 신대원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사역 현장에서 경제적 이유로 이탈하는 전도사들을 붙잡기 위한 실질적 재정 보조 정책을 고수 중이다.
예장 백석 | "여성 사역자 전면 수용으로 부교역자 공백 메운다“
가장 유연한 대처를 보여주는 백석은 이미 신대원 지원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여성 지원자일 정도로 문호를 넓혔다. 타 교단에 비해 조기에 정착된 '여성 목사 안수 제도'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전도사·강도사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현장 부교역자 자리에 우수한 여성 사역자들을 전면 배치·청빙하는 전략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기자의 눈] 처우 개선 없는 자구책은 임시방편일 뿐
각 교단이 장학금을 늘리고 정년을 늘려 단기적인 수급 지표를 방어하려 하지만, 본질적인 사역 환경 개선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 전도사들이 사역 시 가장 힘들어하는 요인 1위는 사명감 부족이 아닌 ‘사례비 부족(32%)’과 ‘과도한 업무량(17%)’이었다. 신학생을 어렵게 모아 강도사, 전도사로 키워내도 정작 교회가 주는 대우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다 보니, 졸업생의 51%가 "기성 교회 사역을 포기하겠다"며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 10곳 중 4곳(39%)은 전도사를 구하지 못해 실제 평신도가 교육부서 설교를 대신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교단 간의 자존심 싸움을 내려놓고 신학대학교 간의 과감한 통폐합, 부교역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총회 차원의 최저 생계비 보장제도, 그리고 평신도 사역자의 공식적 영역 확대 등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강단이 텅 비어버리는 교회 소멸의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