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총회마다 멈춰 선 ‘여성 정책

’심화되는 목회자 수급 위기 속 ‘여성 목회자’가 답이다

2026-09-18 10:30:3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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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발언자가 1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를 허용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합동, 고신, 그리고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한국 교계를 이끄는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가 최근 일제히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에서도 시대적 화두인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과 리더십 확대 관련 안건들이 무겁게 다루어졌으나, 실제 결의 과정에서는 의결 정족수 미달이나 보수적인 여론에 부딪혀 줄줄이 문턱을 넘지 못하며 여전한 유리천장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직면한 신학생 급감과 목회자 수급 위기를 타개하고, 이미 목회 현장에서 입증된 여성 목회자의 긍정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핵심 목회 주체로 전면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 안팎에서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나타난 주요 교단들의 여성 정책 결의 내용은 한국 교회의 안타까운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예장통합 총회는 10인 이상 파송 노회에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파송하도록 하는 여성 총대 할당제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이 다수였음에도 과반 성원 미달로 결국 부결되어 올해도 여성 총대 비율이 3%대에 머무는 한계를 보였다. 예장합동 총회 역시 지난해 극적으로 가결되어 기대를 모았던 여성 강도사 자격 부여헌법 개정안이 전국 노회 수의 투표에서 끝내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해 최종 부결로 확정되면서 교단 내 여성 사역자의 제도적 지위 확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예장고신 총회의 경우, 올해도 여성 안수나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유의미한 안건 자체가 상정되지 못하거나 교단 내 다른 정치적 쟁점에 묻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침묵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회장 밖에서는 제도적 장벽에 부딪힌 여성 사역자들과 교계 단체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총회가 열린 현장 주변에서는 총신대 여동문회와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등의 단체들이 "여성 배제를 중단하고 소명에 맞는 직분을 허락하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의 여성 사역자들은 "교단 내부의 지지부진한 약속과 번복은 결국 여성들을 변두리에 묶어두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깊은 절망감을 토로했고, 교회가 사회보다 더 지독한 차별의 본거지가 되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까지 터져 나오며 총회장 안팎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제도적 보완은 지지부진하고 갈등은 깊어지고 있지만 한국 교회가 처한 인구학적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종교 기피 현상이 맞물려 주요 신학대학원의 신학생 충원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일선 교회 현장에서는 전도사와 부목사 등 부교역자를 구하지 못해 품귀 현상을 겪는 것을 넘어 미래의 담임목사 수급 부족 사태까지 예견되는 실정이다. 신학적 논쟁과 오랜 관행에 얽매여 준비된 여성 인재들을 계속해서 변두리에 묶어두는 것은 교회의 역동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기에, 발등의 불이 된 목회자 수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여성 사역자의 전면적인 활용이 시급하다.

반면 여성 정책에 비교적 앞선 교단들은 선제적인 변화를 통해 이미 목회자 수급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찍이 1970년대에 여성 목사 안수를 통과시킨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여성 목회자들이 교단 안팎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와 사회 선교 현장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목회 생태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예장백석 교단 역시 지난 2023년 총회 설립 45주년을 맞아 전격적으로 여성 목사 안수를 전면 수용했는데, 이는 신대원 지원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우수한 여성 자원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교단 내 부교역자 공백을 메우고 목회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실질적인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이들 교단의 사례는 여성 사역자를 존중하고 세우는 것이 교단의 영적 성장은 물론 생존과도 직결된 가장 지혜로운 선택임을 잘 보여준다.

실제 목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성 목회자들은 대형교회 중심의 성장주의 목회가 한계에 부딪힌 오늘날, 한국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될 지대한 긍정적 공헌을 해오고 있다. 여성 목회자 특유의 세심한 감성적 소통과 따뜻한 돌봄 사역, 그리고 관계 중심의 치유 목회는 파편화되고 상처받은 현대 성도들의 삶을 깊이 보듬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다음세대 교육 부서의 심각한 쇠퇴를 막아내고 가출 청소년이나 독거노인 등 지역사회의 가장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다가가는 사역에서 여성 목회자들은 탁월한 모성 리더십과 전문성을 발휘해 오며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도덕적 보루 역할을 해내고 있다.

결국 한국 교회의 미래는 교회의 구성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의사결정 구조에 건강하게 반영하고, 훈련된 여성 사역자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총회에서 드러난 부결 결과에 좌절하기보다 교단 지도부와 평신도들은 목회 현장의 상생과 생존을 위해서라도 여성 목사 안수 허용과 여성 총대 참여 확대 등 제도적 결단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 거대한 교세 감소의 위기 앞에 하나님께서 이미 한국 교회에 예비해 두신 우수한 여성 사역자라는 영적 블루오션을 온전히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만이 한국 교회가 다시 살아날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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