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여인 제4화] 통곡을 찬양으로 바꾼 여인, 한나

“눈물로 심은 기도는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2026-06-19 22:01:24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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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이름은 은총, 은혜 (고통의 터널을 지나 하나님의 가장 큰 은혜를 입은 자)라는 뜻입니다. 한나는 자녀를 소유가 아닌 시대의 등불로 키워낸 기도의 마스터클래스입니다. 한나의 시대는 영적으로 어둡고 부패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했던 사사시대 말기였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지옥, 실로의 성막

에브라임 산지에 사는 엘가나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다. 첫째 아내 한나와 둘째 아내 브닌나. 남편 엘가나는 자식이 없는 한나를 가엾게 여겨 갑절의 사랑을 쏟았지만, 그 사랑은 오히려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자식을 낳은 브닌나는 질투에 눈이 멀어, 매년 온 가족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러 실로의 성막에 올라갈 때마다 한나를 잔인하게 조롱했다.

자식도 못 낳는 여자가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보지?”

식사 자리에서조차 이어지는 브닌나의 야유와 멸시에 한나의 심장은 갈가리 찢어졌다. 울음이 터져 밥 한 술 뜨지 못하는 한나를 보며 남편은 위로랍시고 한 마디를 더 얹었다.

한나야, 어찌하여 먹지 아니하느냐? 내가 네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하냐?”

남편의 무지한 위로도, 브닌나의 날카로운 조롱도 한나의 깊은 영적 갈증과 불임의 고통을 채워줄 수 없었다. 결국 한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향한 곳은 오직 한 곳, 여호와의 성막 앞이었다.

소리 잃은 통곡, 그리고 위험한 오해

한나는 성막 문설주 곁에 앉아 계신 엘리 제사장 옆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닥에 엎드러져 마음이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도는 여느 사람들의 기도와 달랐다.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오직 입술만 잘게 떨릴 뿐이었다. 영혼의 밑바닥에서 쥐어짜 낸 슬픔이 너무나 컸기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통곡(痛哭)이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늙고 영적으로 둔감한 엘리 제사장은 그녀의 기도를 오해했다.

네가 언제까지 취해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

인생의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나며 하나님 앞에 쏟아내고 있던 한나에게, 영적 지도자라는 사람마저 '술 취한 여자'라며 손가락질한 것이다. 하지만 한나는 무너지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내 주여,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당신의 여종을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심정을 통했다(Pouring out my soul)’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물처럼 하나님 앞에 쏟아부었다는 뜻이었다. 그 간절함 속에 한나는 서원 기도를 드렸다.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자식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그저 브닌나를 이기기 위한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살아갈 '나실인(하나님께 바쳐진 자)'을 구한 것이다. 한나의 진심을 깨달은 엘리는 축복을 건넸다.

평안히 가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네가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아직 아이를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한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다시는 얼굴에 근심 빛을 띠지 않았다. 환경은 바뀐 것이 없었으나, 기도를 통해 마음에 확신이 임했기 때문이다.

약속의 성취,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이별

때가 이르매 하나님이 한나를 생각하셨다. 한나는 마침내 아들을 낳았고, '내가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라는 뜻으로 이름을 사무엘(Samuel)이라 지었다. 집안에는 다시 웃음꽃이 피었고 브닌나의 조롱도 멈췄다. 젖을 먹이는 몇 년 동안 사무엘은 한나의 전 세계였고 가장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한나는 하나님과 했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아이가 젖을 떼자마자, 한나는 세 살 남짓 된 어린 사무엘의 손을 잡고 다시 실로의 성막을 찾았다.

엘리 제사장 앞에 선 한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의 주여, 내가 전의 여기 서서 여호와께 기도하던 바로 그 여자라. 이 아이를 위하여 내가 기도하였더니 내가 구하여 기도한 바를 여호와께서 내게 허락하신지라. 그러므로 나도 그를 여호와께 드리되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나이다.”

어렵게 얻은 독자를 낯선 성막에 홀로 남겨두고 돌아서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피눈물이 날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사사기 2장에서 한나는 슬픔 대신 위대한 찬가를 터뜨린다.

내 마음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내 뿔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높아졌으며여호와와 같이 거룩하신 이가 없으시니 이는 주밖에 다른 이가 없고 우리 하나님 같은 반석도 없으심이니이다.”

시대를 깨운 눈물의 씨앗

한나는 매년 제사를 드리러 올라갈 때마다 작은 겉옷을 지어 아이에게 입혔다. 한나가 정성스레 지은 옷을 입고 자란 사무엘은, 영적으로 캄캄했던 암흑기에 이스라엘 전체를 영적으로 각성시키고 다윗 왕에게 기름을 부은 위대한 선지자가 된다. 그리고 하나님은 하나뿐인 아들을 아낌없이 바친 한나의 품을 그대로 두지 않으셨다. 그녀에게 세 아들과 두 딸을 더 주시는 넘치는 복을 더하셨다. 눈물의 기도가 한 여인의 인생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한 나라의 역사까지 통째로 바꿔놓은 것이다.

[현대적 적용]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나의 기도는 '심정을 통하는 기도'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우리는 종종 문제가 생기면 사람을 찾아가 하소연하거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엘가나의 사랑도, 엘리의 위로도 한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억울해 숨이 막힐 것 같은 순간이 있나요? 사람에게 쏟아놓으면 잔인한 조롱이나 잔소리로 돌아올 뿐이지만, 하나님 앞에 쏟아놓으면 그것은 위대한 역사의 시작이 됩니다. 한나처럼 나의 슬픔을 기도로 바꾸어 갈 때, 하나님은 우리의 통곡을 끝내 찬양으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발행인 윤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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