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여인 제8화] : 영원에 이르는 생수, 우물가에서 만난 빛

“가장 깊은 목마름의 자리, 그곳에서 메시아를 대면하다”

2026-06-19 23:36:38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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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여인의 성경에 이름은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수가라는 사마리아 마을의 여인이라고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를 격리했던, 영혼의 지독한 갈증에 시달리던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남편이 다섯 명이었고 지금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닌, 당시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던 비참한 여인이었습니다.

타는 듯한 대낮, 철저한 고립 속의 발걸음

유대의 뜨거운 정오(제육시). 대지를 태울 듯한 태양 아래,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한 여인이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당시 중동의 여인들은 대개 서늘한 아침이나 저녁에 떼를 지어 수다를 떨며 우물가로 향했다. 우물가는 마을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 여인은 가장 뜨거워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기 힘든 정오를 택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자기를 향한 차가운 눈총과 정죄의 시선을 견디는 것이 타는 듯한 태양 볕보다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영혼은 메말라 있었다. ‘오늘도 무사히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물을 길어갈 수 있기를.’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물을 좀 달라경계를 허문 낯선 이의 목소리

우물가에 도착한 여인은 그만 멈칫했다. 낯선 유대인 남자 하나가 우물가에 털썩 주저앉아 지친 기색으로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인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피하며 물을 길으려 했다. 당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혼혈 민족이라며 개처럼 취급했고, 상종조차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무시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남자가 먼저 침묵을 깨고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물 좀 달라.”

여인은 귀를 의심했다. 유대인 남자가, 그것도 고결해 보이는 랍비가 천대받는 사마리아 여인인 자신에게 말을 걸다니. 여인은 가시 돋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

남자는 허허롭게 웃으며 묘한 대답을 건넸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

여인은 코웃음을 쳤다.

두레박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당신이 어디서 그 살아있는 물(생수)’을 얻겠단 말입니까? 당신이 우리 조상 야곱보다 더 큽니까?”

여인의 말투에는 세상과 종교를 향한 깊은 냉소와 불신이 깔려 있었다.

심장을 찌른 송곳 같은 질문 네 남편을 불러오라

예수님은 그녀의 거친 방어막을 부드럽게 걷어내며 말씀하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이라니! 매일 이 뼛속까지 타들어 가는 더위 속에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하는 비참한 일상을 끝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여인은 매달리듯 외쳤다.

주여,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바로 그 순간, 예수님은 여인의 화려한 종교적 대화 뒤에 숨겨진, 가장 깊고 아픈 치부를 정확히 찌르셨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라.”

여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가장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삶을 쓰레기처럼 만든 그 지독한 상처였다.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거짓말을 뱉었다.

나는남편이 없나이다.”

예수님은 그녀를 정죄하는 대신, 지독한 슬픔과 공감의 눈빛으로 그녀의 모든 과거를 읊으셨다.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

여인은 얼어붙었다. 이 남자는 처음 본 내 과거를, 다섯 번이나 이혼당하거나 사별하며 버림받아야 했던 나의 찢겨진 삶을, 그리고 지금은 떳떳하지 못한 관계 속에 은둔하며 살아가는 내 비참한 현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예배의 회복, 그리고 터져 나온 메시아의 선포

여인은 직감했다. 이분은 단순한 랍비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지자라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부끄러운 사생활에서 화제를 돌려, 사마리아인들의 오랜 한()이었던 예배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그리심산)에서 예배했는데, 당신들은 예루살렘에서 예배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디가 진짜입니까?”

예수님은 장소의 문제를 영원의 문제로 바꾸어 주셨다.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처받고 찢긴 영혼이라도 하나님 앞에 영과 진리로 나아가면 받아들여진다는 구원의 메시지였다. 가슴이 뜨거워진 여인이 고백했다.

그리스도라 하는 메시아가 오실 줄을 내가 아노니, 그가 오시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실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역사를 뒤흔드는 한마디를 던지셨다.

네게 말하는 내가 그라 (I am he).”

성경 전체를 통틀어, 예수님이 자신이 메시아(그리스도)’임을 이토록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밝히신 적은 거의 없었다. 대단한 대제사장도, 바리새인도, 심지어 제자들에게도 숨기셨던 그 거대한 비밀을, 지금 정오의 태양 아래 홀로 서 있는 가장 비참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최초로 공개하신 것이다!

물동이를 던져두고 동네로 뛰어가다

그 순간 여인의 영혼 속에서 수년간 갇혀 있던 댐이 터지듯 생수가 솟구쳤다.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은 두렵지 않았다. 타는 듯한 태양 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목숨처럼 아끼며 사람들을 피해 물을 담았던 그 무거운 물동이를 우물가에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며 피해 다녔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 광장에 도착한 여인은 숨을 헐떡이며, 전에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동네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 사람이 그리스도가 아니냐!”

과거의 수치와 부끄러움은 온데간데없고, 그녀의 눈동자는 부활의 생명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던 여인의 180도 달라진 눈빛과 당당한 외침에 압도되어 우물가로 몰려나왔다. 그리고 예수의 말씀을 듣고 그 동네의 수많은 사마리아인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스스로를 격리했던 은둔형 외톨이,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마을 전체를 구원해 낸 위대한 전도자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현대적 적용]우리에게 사마리아 여인의 스토리는 세상이 주는 물은 마셔도 다시 목마르다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물동이를 채우기 위해 살아갑니다. , 명예, 이성의 사랑, 사람들의 인정이라는 물을 채우면 갈증이 사라질 것 같지만, 채우고 나면 이내 다시 목마릅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갈증을 채우기 위해 다섯 명의 남편을 거쳤으나 결국 더 큰 공허함 속에 숨어 살았던 것처럼 말이죠. 예수님은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를 다 아시면서도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상처의 한복판에 찾아오셔서 그 물동이를 이제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숨어 지내고 계시나요?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갈증으로 괴로워하고 계시나요? 정오의 뜨거운 우물가에서 여인을 기다리셨던 예수님은, 오늘 당신의 메마른 일상 속에서도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물동이를 던져버린 여인의 자유함이 오늘 당신의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발행인 윤광식

다음 화 예고: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시던 현장, 현행범으로 붙잡혀 군중들에게 둘러싸인 여인. 손에는 저마다 날카로운 돌멩이를 든 채 "모세의 법대로 이 여자를 돌로 쳐 죽여야 합니까?"라며 예수를 시험하는 서슬 퍼런 살기 속. 땅바닥에 글을 쓰시던 예수님이 고개를 들어 던진 한마디가 광장을 침묵에 빠뜨립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과 땅에 쓰인 글씨의 심장 멎을 듯한 드라마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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