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여인 제10화] 향기로운 허비, 베다니 마리아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장례를 준비하다”

2026-06-20 00:28:58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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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니(‘가난한 자의 집이라는 뜻의 예루살렘 근처 마을)에 사는 마리아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세상 속에서,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자신의 전부를 던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 이였다. 죽었던 오라버니 나사로가 살아나는 기적을 경험하고, 예수의 발치에서 늘 말씀을 듣던 영성이 깊은 여인이었다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잔칫집의 숨은 긴장감

유월절을 엿새 앞둔 어느 날 저녁, 예루살렘 근처의 작은 마을 베다니의 한 집(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음식을 나누는 잔치가 열렸다. 이곳은 활기로 가득했다. 얼마 전 예수님이 무덤에서 살려내신 오라버니 나사로가 함께 앉아 있었고, 언니 마르다는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잔치였지만, 공기 중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를 죽이려는 음모가 극에 달해 있었고, 예수님 역시 제자들에게 자신이 곧 고난을 받고 죽게 될 것을 여러 번 암시하셨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그 말씀의 진짜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예수가 왕이 되면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철없는 야망에 부풀어 있었다. 오직 한 사람, 마리아만이 예수의 눈빛에 서린 깊은 슬픔과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직감하고 있었다.

옥합을 깨뜨리다 침묵을 깨운 향기의 고백

모두가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던 그 순간, 마리아가 조용히 예수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고 단단한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이 들려 있었다. 당시 나드 향유는 인도 고산지대에서 채취하는 최고급 수입품으로, 대단히 귀하고 비쌌다. 이 옥합은 당시 유대 여인들이 결혼할 때 가져가는 지참금이거나, 한 가문의 가장 소중한 전 재산과 다름없었다. 평생을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가치였다.

마리아는 망설임 없이 그 단단한 옥합의 목을 탁! 하고 깨뜨렸다. 방 안의 모든 대화가 멈추었다. 옥합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진하고 고혹적인 나드 향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마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그 비싼 향유를 예수의 머리와 발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큰 명예이자 자존심인 머리카락을 풀어 예수의 발을 눈물과 향유로 적시며 닦아내기 시작했다. 주님을 향한 압도적인 사랑과 경외함의 표현이었다.

왜 허비하느냐?” 세상의 계산기, 주님의 저울

감동적인 사랑의 현장은 순식간에 차가운 비난의 야유로 뒤덮였다. 특히 돈궤를 맡고 있던 제자 가룟 유다가 얼굴을 붉히며 거칠게 화를 냈다.어찌하여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300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가 일요일도 쉬지 않고 꼬박 1년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거액(현대 가치로 수천만 원)이었다. 유다의 눈에는 마리아의 행동이 합리적이지 못한 미친 짓이자, 길바닥에 돈을 버리는 한심한 낭비로 보였다. 다른 제자들도 유다의 말에 동조하며 마리아를 향해 수군거렸다. 예수님의 발치에 엎드린 마리아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비난을 견뎌낼 뿐이었다. 그때, 예수님이 가시 돋친 제자들의 말을 가로막으며 마리아를 엄호하셨다.

그를 가만두라. 너희가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예수님은 세상의 계산기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마리아의 사랑의 낭비가장 좋은 일이라고 칭찬하셨다. 이어서 유다의 위선을 꿰뚫어 보시며 말씀하셨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제자들 중 그 누구도 예수의 죽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오직 이 여인만이 주님의 죽음을 온몸으로 위로하고 준비했던 것이다. 마리아가 부은 향유는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곧 십자가에서 찢기실 만왕의 왕을 향한 가장 거룩하고 눈물겨운 장례 예식이었다.

영원히 기억될 향기로운 이름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군주나 영웅도 받지 못한 최고의 영예를 선언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실제로 그 말씀대로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며칠 후, 예수님은 채찍에 맞고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군인들이 옷을 찢고 피가 쏟아지는 그 비참한 처형의 현장 속에서도, 예수님의 몸에서는 마리아가 흘려보낸 베다니의 나드 향기가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예루살렘의 화려한 성전과 바리새인들의 웅장한 종교 의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작은 방 한구석에서 전 재산인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발을 닦았던 베다니 마리아의 사랑은 2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복음과 함께 전 세계에 향기롭게 울려 퍼지고 있다.

[현대적 적용]

베다니 마리아의 서사는 효율성과 가성비만을 따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신앙생활을 할 때도,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내가 이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내게 얼마의 이득이 돌아올까?”를 먼저 계산하죠. 세상은 손해 보지 않는 삶, 가성비 좋은 삶을 지혜롭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본질적으로 낭비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붓듯, 진짜 사랑하면 계산기를 집어던지게 됩니다. 당신의 삶에는 주님을 향해, 혹은 소중한 사람들을 향해 계산 없이 깨뜨린 나만의 옥합이 있으신가요? 혹시 가룟 유다처럼 타인의 순수한 헌신을 보며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사느냐며 차가운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는 않나요? 주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자투리 시간이나 남는 돈이 아닙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타이밍에, 나의 가장 귀한 옥합을 깨뜨리는 거룩한 낭비입니다.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그 미련한 사랑을, 주님은 내게 가장 좋은 일을 했다며 영원히 기억해 주실 것입니다./ 발행인 윤광식

다음 화 예고: 초대 교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부부 사기단 사건. 겉으로는 전 재산을 바치는 척 칭찬을 기대했지만, 뒤로는 돈의 일부를 숨겨 성령을 속였던 부부. 사도 베드로의 날카로운 호통 앞에 남편이 먼저 쓰러져 숨을 거두고, 세 시간 뒤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온 아내 역시 같은 자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 거룩한 척 가면을 썼던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서늘하고 묵직한 경고의 스토리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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