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야지디족 소녀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4년, 전 세계 뉴스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 산악지대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극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인 ISIS가 한 마을을 습격하여 성인 남성 수천 명을 무참히 학살해 구덩이에 매장하고, 6,000명이 넘는 여성과 아동들을 성노예와 소년병으로 인신매매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이 처절한 제노사이드의 중심에는 주변 무슬림 이웃들로부터 "악마를 숭배하는 더러운 이단"이라는 잔인한 낙인이 찍힌 채, 역사상 수없이 많은 박해와 눈물을 흘려야 했던 중동의 거룩하고도 슬픈 소수 종교 민족, 야지디교가 있었습니다. 이 비극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전 세계에 야지디의 눈물을 알린 여성 나디아 무라드는 201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야지디교의 역사는 12세기경, 이슬람 시아파의 신비주의 수피였던 '셰이크 아디'라는 인물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종교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정밀하게 해부해 보면 고대 이슬람 수피즘의 신비주의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침례와 성찬 의식, 조로아스터교의 선악 이원론, 그리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남아있던 원시 천체 숭배 사상까지 복잡하게 뒤섞인 독특한 혼합주의 종교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웃 무슬림들과 전혀 다른 특별한 존재라 믿었지만, 주변의 거대한 이슬람 사회는 이들을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무려 72번이 넘는 공식적인 대량 학살(파르만)을 당하는 처참한 가시밭길을 걸어왔습니다.
ISIS의 잔혹한 파괴를 겪은 2026년 현재, 전 세계에 살아남은 야지디인은 약 50만에서 7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원 거주지였던 이라크 북부 신자르와 도후크 지역은 삶의 터전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 여전히 수십만 명의 야지디인들이 비참한 난민 캠프 천막 안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해의 위협을 피해 현재 독일로 약 15만 명 이상이 이주하여 최대 규모의 해외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형성했으며, 호주와 미국 등 서구 사회로의 난민 이주가 지금도 처절하게 진행 중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당해온 학살의 끔찍한 트라우마로 인해 야지디 사회는 극도로 폐쇄적인 성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타 종교인과의 결혼은 영혼을 더럽히는 절대 금기이며, 과거 이를 어긴 여성은 가문의 수치를 씻는다는 명목으로 명예살인을 당하는 비극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ISIS 사태 이후 성노예로 끌려갔다 극적으로 돌아온 비참한 여성들을 공동체가 사랑으로 품어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고대 율법이 일부 개정되는 시대적 변화를 겪기도 했습니다.) 외부인의 개종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오직 내부적 결속만을 다지는 핏빛 신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야지디교의 핵심 교리를 살펴보면 왜 이들이 '악마 숭배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이들은 우주의 창조주인 지고의 신은 세상을 만든 후 세상 만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자신이 창조한 7명의 천사에게 우주의 통치를 전적으로 위임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일곱 천사 중 가장 우두머리이자 세상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바로 '멜렉 타우스', 즉 공작 천사입니다. 야지디 신화에 따르면 이 공작 천사는 한때 창조주 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교만을 부렸으나,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깨닫고 무려 7천 년 동안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여 마침내 신의 완전한 용서를 받고 지상을 다스리는 위대한 대리자가 되었다고 가르칩니다. 문제는 이 공작 천사의 거역과 참회의 신화가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타락한 천사 '루시퍼' 또는 '이블리스(사탄)'의 이야기와 외형적으로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변의 무슬림들은 야지디교가 사탄을 숭배하는 사악한 종교라 정죄하며 학살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카스트 제도가 철저히 발달해 있어, 종교 지도자 계급인 셰이크와 피르, 그리고 일반 평신도 계급인 무رید로 나뉘며 계급 간의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는 엄격한 통제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야지디인들을 향한 영적 진단은
이들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중보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지 못하고, 단지 피조물에 불과한 천사(공작)를 세상의 통치자로 세워 경배하는 명백한 우상숭배의 영적 가림막에 갇혀 있다는 실상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수천 년 동안 지속된 이웃들의 잔혹한 학살로 인해 공동체 전체의 영혼 속에 뿌리 깊은 '복수심'과 '피해 의식', 그리고 언제 가문과 이웃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의 영'이 온 사회를 쇠사슬처럼 꽁꽁 묶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그토록 숭배하고 의지했던 공작 천사 멜렉 타우스는 ISIS의 칼날과 역사적 대량 학살의 현장에서 그들을 전혀 구원해 주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복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딱딱한 교리적 서구식 논쟁이 아니라, 이들의 찢겨진 가슴을 품어주는 '치유와 영적 아비의 마음'이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ISIS 사태 당시 수많은 이슬람 이웃들과 국제 사회가 외면할 때, 현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 이들을 가장 먼저 구조하고 난민 캠프를 세워 빵과 의약품을 공급했던 기독교 NGO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발판 삼아 예수 그리스도의 진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늘에 높이 떠서 군림하는 천사나 영물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처절한 고통과 학살의 현장에 친히 인간의 몸을 입고 내려오셔서 채찍에 맞으시고 침 뱉음을 당하셨던 '고난 받는 종'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이사야 53장)를 증거해야 합니다. 대물림되는 가문의 압제와 이슬람을 향한 뼈에 사무친 증오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은 두려움을 내쫓는 완전한 사랑(요한일서 4:18)이신 예수님의 복음뿐임을 선포해야 합니다. 이들의 깊은 역사적 상처와 눈물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깨끗이 씻어내고 싸매어 줄 때, 야지디 민족은 비로소 오랜 저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영혼의 자유와 하늘의 위로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