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리즈] 5편: 러시아제국의 영적 은둔 분파들 ② 몰로칸(Molokans)

말씀의 순전한 젖을 마시는 자들, 시베리아 변방을 복음의 농장으로 일군 은둔자들

2026-08-26 23:27:23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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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로칸 교회 예배 모습

1. 발생의 근원: 화려한 금식의 가식보다, 말씀의 신령한 젖을 택하다

18세기 후반, 러시아 정교회는 백성들에게 일 년 중 수백 일에 달하는 가혹한 금식 기간을 강요하며 외식과 형식주의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이때 러시아 중부 사마라와 탐보프 주를 중심으로 정교회의 가식적인 금식 율법을 거부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고자 일어난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정교회 사제들은 교회의 권위에 대항하는 이들을 체포하여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정교회가 정한 엄격한 사순절 금식 기간에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유(러시아어로 몰로코, Moloko)’를 자유롭게 마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제들은 이들을 비하하기 위해 몰로칸(Molokans, 우유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소박한 성도들은 베드로전서 22절의 말씀, 갓난아기들 같이 신령하고 순전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는 구절을 제시하며, 자신들은 세상이 강요하는 인간의 유전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신령한 말씀의 우유만을 마시는 몰로칸이 맞다며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2. 역사적 발자취: 코카서스 산자락과 시베리아 동토에 새겨진 개척의 찬송

몰로칸의 신앙이 급격히 확산되자 러시아 차르 정부는 이들을 사회 체제를 뒤흔드는 위험한 분리주의자들로 규정했습니다. 1830년대에 이르러 황제 니콜라이 1세는 몰로칸 교도들을 러시아의 중심부에서 완전히 격리하기 위해, 당시 늑대와 약탈자들이 들끓던 황량한 국경 지대인 코카서스 산맥과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시베리아의 깊은 오지로 강제 추방하라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척박한 변방으로 쫓겨난 몰로칸 성도들은 절망하는 대신 그곳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흙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농업 기술과 성실함, 그리고 주독을 멀리하는 청결한 삶을 통해 황무지를 기름진 농장과 축산 기지로 변화시켰습니다. 러시아 장군들은 도리어 변방을 안정시키는 이들의 개척 정신에 경탄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의 군비 경쟁 속에서 몰로칸 청년들에게 군대의 총을 잡으라는 강제 징집령이 떨어지자, 평화주의를 고수하던 몰로칸들은 또 한 번의 거대한 망명을 결단했습니다.

1900년대 초, 수천 명의 몰로칸들은 정든 코카서스를 떠나 바다를 건너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와 멕시코의 오지로 숨어들었습니다. 그들은 대도시의 화려함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집단 농장 공동체를 유지하며 신앙의 방주를 지켜냈습니다.

3. 교리적 특징: 인간 사제가 없는 다리, 성경의 문자적 실천과 세족식

몰로칸의 교리는 다른 러시아 영적 기독교 분파들에 비해 주류 개신교의 복음주의와 매우 높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경주의와 그리스도의 단일 중보: 이들은 인간 교황이나 정교회 총대주교, 신부들의 권위를 부정했습니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중보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며, 모든 성도는 성경을 읽고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성례의 영적 해석:물로 주는 세례나 밀가루로 만드는 성찬식 같은 외적 의식 자체보다, 성령으로 마음에 할례를 받는 영적 세례와 그리스도의 말씀을 먹는 영적 성찬이 본질이라고 보았습니다.

산상수훈의 평화와 사랑:어떠한 형태의 폭력과 전쟁도 거부하며, 성도 간의 겸손과 연대를 위해 예배 중 서로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철저히 행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등 구약의 일부 정결 규례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독특한 가풍도 지니고 있습니다.

4. 개신교의 신학적 평가: 러시아 땅에 자생한 청교도’, 영적 우수성의 귀감

현대 개신교 신학계는 몰로칸을 가리켜 러시아 전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청교도(Russian Puritans)’라 부르며 신학적 정통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들은 서구 개신교 선교사들의 접촉 없이, 오직 성경을 읽는 과정에서 정교회의 부패를 깨닫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려 했던 위대한 자생적 복음주의 운동이었습니다. 외적 종교 의식에 목매던 러시아 종교 지형 속에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과 말씀의 권위를 사수한 이들의 신앙은 교회사적으로 빛나는 보석과 같습니다.

5. 복음적인 접근 전략: 영적 형제로서의 포용과 현대 전도적 마인드의 수혈

오늘날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약 2~3만 명의 몰로칸 교도들은 현대 세속 문화의 거센 도전 앞에 직면해 있으며, 젊은 세대의 이탈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복음의 유산을 가진 형제교회로 대우:몰로칸은 이단이 아닌, 성경을 사랑한 복음주의적 형제입니다. 주류 개신교회가 이들을 소수 소외 분파로 취급하는 오만을 버리고, 영적 청교도의 후예로서 마땅한 존경을 표하며 연합 세미나와 포럼을 제안해야 합니다.

외적 의식주의화에 대한 복음적 각성: 오늘날의 몰로칸 공동체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 조상들의 독특한 의상(러시아 전통 셔츠 루바하)을 입는 것이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전통자체가 구원의 조건처럼 여겨지는 율법주의적 형식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깊이 묵상하며, 우리의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 얻는 자유이며 전통은 본질이 아님을 일깨우는 영적 갱신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차세대를 위한 연합 선교 및 전도 훈련: 몰로칸 공동체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청소년들이 복음의 역동성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주류 개신교회의 역동적인 찬양 문화와 해외 단기 선교 프로그램에 몰로칸 청년들을 초청하여, 세상과 단절된 방주 안에 머무는 신앙이 아니라 세상을 치유하고 선교하는 역동적인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의 비전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발행인 윤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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