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에티오피아 정교회(베타 크리스티안 메드하니 알렘) 성당
1. 발생의 근원: 사도행전의 내시와 악숨 제국의 찬란한 기적
에티오피아 테와히도(Tewahedo, ‘하나가 됨’을 뜻하는 게에즈어) 정교회의 기원은 신약성경 사도행전 8장으로 올라갑니다. 빌립 장로가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가사로 내려가는 길가에서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큰 권세가 있는 ‘내시(Eunuch)’를 만나 이사야의 메시아 예언을 풀어서 세례를 베풀었던 사건이 그 출발점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내시에 의해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후, 서기 4세기 초 프루멘티우스(Frumentius) 선교사의 사역을 통해 악숨(Axum) 제국의 국교로 공식 선포되었습니다. 이는 로마 제국보다도 앞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 중 하나의 탄생이었습니다.
2. 역사적 발자취: 이슬람의 바다에 떠 있는 고독한 기독교의 섬
7세기 이후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체가 무서운 속도로 이슬람화되면서 에티오피아는 거대한 이슬람의 바다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고독한 섬이 되었습니다. 사방이 이슬람 왕조들로 포위되자 이들은 해안가를 내주고 험준한 에티오피아 고원 산악지대로 깊숙이 숨어들었습니다. 외부 기독교 세계와의 연결이 완전히 차단된 채,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 대륙을 유린하고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도 에티오피아는 기독교 신앙을 방패삼아 끝까지 독립을 지켜냈습니다. 이 은둔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불가사의가 바로 랄리벨라(Lalibela) 암굴 성당입니다. 12세기 가톨릭 이슬람 전쟁으로 예루살렘 성지순례 길이 막히자, 랄리벨라 왕은 에티오피아 고원 바위산 한복판을 땅 밑으로 깊게 파 내려가 11개의 거대한 성당을 통째로 깎아 만들었습니다. 지상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지하 바위 성당 안에서 에티오피아 성도들은 밤낮으로 찬송을 부르며 수백 년간 신앙의 순수를 지켜냈습니다.
20세기 공산주의 군부 정권(더그)의 잔혹한 무신론적 탄압과 학살 속에서도 이들의 신앙 체계는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3. 교리적 특징: 구약의 할례와 신약의 복음이 결합된 독특한 유대-기독교 융합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전 세계에서 구약성경의 율법적 가풍을 가장 철저하게 보존하고 있는 독특한 신학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나이산 법궤(Ark of the Covenant)의 전설:이들은 모세가 하나님께 받은 십계명 돌판이 담긴 진짜 '법궤'가 에티오피아 악숨의 시온 성모마리아 성당 지하 비밀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모든 성당 중심에는 이 법궤의 모조품인 '타봇(Tabot)'을 모셔두며, 오직 사제만이 이를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적 정결 규례의 준수: 신약의 복음을 믿으면서도 구약의 명제에 따라 아기가 태어나면 8일 만에 할례를 행하고, 돼지고기와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 등 부정한 음식을 먹지 않으며, 주일(일요일)뿐만 아니라 토요일도 안식일로 구별하여 지킵니다.
방대한 성경 정권:다른 기독교 교단이 인정하지 않는 에녹서, 희년서 등을 정식 성경(정경)으로 포함하여 총 81권의 성경을 사용하는 가장 넓은 성경관을 가졌습니다.
4. 개신교의 신학적 평가: 자생적 기독교의 위대한 유산인가, 구약적 율법주의로의 회귀인가
현대 개신교 신학은 에티오피아 정교회를 향해 복합적인 신학적 평가를 내립니다.
아프리카 자생 기독교의 위대한 방주:기독교가 백인 선교사들이 전해준 ‘서구인들의 백인 종교’가 아니라, 서구 열강의 침략 훨씬 이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의 주권국가가 찬란하게 꽃피워온 ‘본래 아프리카의 종교’였음을 완벽히 증명해 주는 역사적 유산으로서 경의를 표합니다.
구약 율법주의적 혼합주의에 대한 우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으로 구약의 모든 의식법과 정결 규례가 완성되고 폐지되었음에도(갈라디아서 3장), 여전히 신체적 할례와 음식 규례, 법궤 숭배 사상에 얽매여 있다는 점은 복음의 핵심인 ‘오직 은혜로 얻는 자유’를 가로막는 혼합주의적 율법주의라는 신학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5. 복음적인 접근 전략: 법궤의 모형을 넘어 ‘살아계신 예수’의 은혜로 안내하기
현재 이들은 약 4,000만~5,000만 명의 성도를 거느린 거대 교단이지만, 가난과 영적 기근 속에서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구약적 전통을 다리로 삼는 복음적 대화:이들이 가진 구약 성경에 대한 깊은 해박함과 열정을 복음 전파의 접촉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들이 귀하게 여기는 모세의 율법과 제사 제도가 어떻게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소중한 '모형과 그림자(히브리서 10:1)'였는지를 히브리서를 함께 강독하며 인격적으로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법궤’에서 ‘마음의 성령’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돌판이 담긴 물질적인 법궤를 우상화하는 신앙에서 벗어나, 십자가 마당에서 휘장이 찢어짐으로 인해 이제 예수를 믿는 모든 성도 개개인이 거룩한 하나님의 법궤이자 성령의 전(고린도전서 6:19)이 되었음을 선포하여 영적 해방감을 주어야 합니다.
현대적 성경 교육과 현지 사제 훈련 지원: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수많은 시골 사제들은 고대 게에즈어 전례문만 맹목적으로 암송할 뿐, 성경 말씀의 참뜻을 성도들에게 설교하지 못하는 심각한 영적 문맹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을 정죄하지 않고, 현지 정교회 지도부와 연대하여 사제들에게 현대적 성경 주해 및 목회학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공동체 내부로부터 복음주의적 개혁과 각성이 터져 나오도록 서포트해야 합니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