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리트레아 정교회 테와헤도 교회가 있는 아마의 엔다 마리암 대성당
1. 발생의 근원: 에티오피아의 고대 뿌리에서 태어난 독립의 방주
에리트레아 테와히도 정교회의 역사는 신학적·문화적으로 앞서 서술한 에티오피아 정교회와 완전한 샴쌍둥이처럼 뿌리를 공유합니다. 서기 4세기 프루멘티우스 선교사에 의해 고대 악숨 제국의 영토였던 에리트레아 지역에 기독교가 국교로 확립되면서, 이들은 수천 년 동안 에티오피아 총대주교의 영적 지도 아래 하나의 고대 사도교회로 자라왔습니다.
변화는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찾아왔습니다.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와 오랜 피비린내 나는 독립 전쟁을 거쳐 1993년 마침내 독립 국가로 분리되자, 에리트레아의 기독교인들 역시 자신들만의 독립된 교회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마침내 1998년, 전 세계 정교회 총대주교들의 승인 아래 에티오피아 교회로부터 행정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여 독자적인 ‘에리트레아 테와히도 정교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독립의 기쁨은 잠시뿐,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붉은 독재의 철창이었습니다.
2. 역사적 발자취: 가택연금당한 총대주교와 사막 컨테이너의 신음
에리트레아를 장악한 독재자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Isaias Afwerki)는 종교 공동체가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습니다. 정부는 교회의 재산을 압수하고, 사제들을 강제로 군대에 징집하며, 교회의 내부 인사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려 했습니다. 이에 단호하게 저항한 이가 바로 에리트레아 교회의 영웅 아부네 안토니오스(Abune Antonios, 1427~2021) 총대주교였습니다. 안토니오스 총대주교는 황제의 명령 앞에서도 "교회의 주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지, 국가의 독재자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간섭을 온몸으로 거부했습니다.
독재 정권은 2007년 안토니오스 총대주교를 강제로 폐위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독방에 가택연금 시켰습니다. 총대주교는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채 고독하게 기도를 드리다 2021년 2월, 연금 상태에서 끝내 순교했습니다. 지도자를 잃은 에리트레아 정교회의 잔혹사는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거부한 수천 명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이 체포되어 영하와 영상 40도를 오가는 사막 한복판의 철제 선박용 컨테이너 감옥에 갇혔습니다.

▴에리트레아의 마이 세르와 교도소. 작은 상자들은 철제 운송 컨테이너로 추정된다. 위성 이미지: UN/Google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컨테이너 안에서 성도들은 살이 썩어가면서도 밤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시리아어 찬송을 불렀습니다. 살아남은 성도들은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사막의 모래 구덩이나 깊은 지하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21세기 현대 사회 한복판에서 초대교회와 똑같은 눈물의 ‘카타콤(Catacombs) 지하 교회’를 형성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교리적 특징: 쇠사슬에 묶인 합성론 신학과 모세의 정결법
에리트레아 정교회는 박해 속에서도 고대 악숨의 신학적·문화적 가풍을 문자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합성론 정교회 신학: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완벽한 하나의 본질로 연합했다는 고대 오리엔트 정교회의 교리를 사수합니다.
구약 유대교적 전통의 유지:에티오피아 교회와 마찬가지로 신생아의 할례 준수, 돼지고기 금지, 토요일과 일요일의 이중 안식일 준수 등 아프리카 고대 기독교 고유의 유대교적 가풍을 엄격히 따릅니다.
고난 속의 수도원 영성:국가의 가혹한 감시 속에서도 깊은 바위산 속 수도원들은 지하 교회의 영적 보급고 역할을 감당하며, 고대 게에즈어로 된 성경 구절을 암송하며 영적 저항의 중심지가 되고 있습니다.
4. 개신교의 신학적 평가: 21세기 카타콤에서 피어난 위대한 신앙의 지조
현대 개신교 신학계와 세계 선교계는 에리트레아 정교회의 역사를 바라보며 고개 숙여 깊은 눈물과 경의를 표합니다. 북한 정권에 버금가는 지구상 최악의 종교 탄압국인 에리트레아 땅에서, 국가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사막 컨테이너 감옥의 고문 앞에서도 신앙을 굽히지 않고 총대주교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순교적 지조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자유롭지 못한 쇠창살 아래서도 참된 교회의 본질이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한 타협 없는 충성’에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내는 21세기 참된 순교 교회의 전형으로 평가받습니다.
5. 복음적인 접근 전략: 고난의 사슬을 함께 끊고 ‘영적 자유’의 은혜로 동역하기
현재 에리트레아 정교회는 국내외 디아스포라(탈북자처럼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수십만의 난민들)를 포함해 약 200만~300만 명의 성도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카타콤 영적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갇힌 자’들을 향한 국제적 구호와 구출 연대:이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시급한 복음적 실천은 사막 컨테이너 감옥에 갇힌 성도들과 사제들의 석방을 위해 순교자의 소리(VOM)나 오픈도어즈 등 국제 인권 단체들과 연대하여 기도하고 구출 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난민으로 국경을 탈출한 에리트레아 성도들에게 의식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성육신적 구호’가 최우선입니다.
구약의 멍에와 독재의 사슬을 동시에 깨는 복음 대화: 오랜 율법적 구약 전통과 국가적 억압 속에 짓눌려 있는 에리트레아 난민 성도들에게 갈라디아서 5장 1절의 말씀("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을 선포해야 합니다. 구원은 눈에 보이는 할례나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독재자의 사슬보다 강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믿음으로 얻는 완전한 해방임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디아스포라 청년들을 위한 복음주의 신학 교육 수령:에티오피아나 수단, 유럽 등지로 탈출한 에리트레아 정교회 청년 엘리트들을 포섭하여, 주류 개신교가 가진 체계적인 성경 신학 교육과 선교 훈련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들을 영적으로 무장시켜 훗날 에리트레아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그 땅에 종교의 자유가 찾아올 날을 대비하게 해야 합니다. 사막의 지하 카타콤에서 눈물 흘리던 고대 교회의 불씨를 이어받아, 아프리카의 닫힌 땅 전역을 복음으로 일구어낼 ‘ 미래 아프리카 복음화의 정예 부대’로 이들을 준비시키는 거시적 선교 전략이 필요합니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