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31일, 검·경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정당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105억 원 상당의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며 8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합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신천지 신도 5만 6천여 명의 특정 정당 조직적 가입 사실을 확인했으며, 한 총재의 침실 금고에서 현금 260억 원을 압수했다. 이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한학자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현재 이만희 총회장과 한 총재 모두 고령 및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처분 받아 가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두 교주가 저지른 조직적 선거 개입과 거액의 교단 자금 비리는 정교유착의 극치이자 법치주의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중대 범죄다.
기독교계가 이들의 사법 처리를 가리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적극 환영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사법 정의라는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면, 그 이면에 도사린 법적 선례와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단 척결이라는 눈앞의 청량감에 취해 헌법적 가치인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왜곡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냉혹하게 짚어야 할 대목은 검찰과 경찰의 정치적 가이드라인 수사다. 합수본은 수만 명의 조직적 당원 가입과 불법 정치 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잡고도 연루된 기성 정치인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정치권의 ‘꼬리 자르기’이자 면죄부 부여다. 표를 위해 이단과 결탁했던 부패 정치인들은 뒤로 숨고, 종교 집단만 독박을 쓰는 불공정한 선례가 만들어졌다. 사법 권력이 종교적 약점을 빌미로 특정 집단을 길들이고 정치적으로 도구화할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다.
더욱이 수사기관이 ‘종교 단체의 자율성’을 난도질하는 방식은 기성 교계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사법 당국은 통일교의 특별 자금을 단순 횡령으로 규정했으나, 종교 자금은 일반 기업 회계와 다른 영적 헌신과 선교라는 고유의 맥락을 지닌다. 국가 권력이 단편적인 형법적 잣대로 종교 내부의 자금 흐름을 재단하기 시작하면, 향후 정통 교회의 정당한 선교비나 구제비 운영 역시 사법적 사찰과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단 사설을 잡겠다고 국가 권력에 종교의 심장부를 열어준 꼴이다.
‘정교분리’의 본질도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를 탄압하지 않고 상호 침범하지 않는 보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교인의 정당한 사회적 목소리마저 ‘정교유착’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어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수 있다. 시대의 어둠을 밝히고 권력의 불의를 꾸짖는 것은 기독교가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선지자적 역할'이다. 종교가 가진 이 공익적 발언과 사회적 책임마저 국가 권력이 '정치 개입'으로 규정해 위축시킨다면, 이는 교회의 입을 막고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렇기에 기독교계는 이단 몰락의 반사이익에 취해 비난의 돌만 던질 것이 아니라, 내부의 뼈아픈 자성(自省)으로 나아가야 한다. 침실 금고에서 쏟아져 나온 비자금은 오늘날 기성 교회가 가진 '돈과 권력'에 대한 물신주의적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정통 교회 역시 불투명한 재정 운영, 깜깜이 식의 특별 헌금 집행, 사유화 논란에서 완벽히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이 교회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이단의 회계 부정만을 비판하는 것은 기만이다.
정통 교단과 교회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재정 운영의 공공성과 회계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
내부에서부터 떳떳하지 못하다면 사법 권력의 과잉 개입을 막어설 명분도, 세상을 향해 외치는 선지자적 목소리의 영적 권위도 바로 설 수 없다. 사이비 교주들의 죄악은 엄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기독교계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종교의 자유가 난도질당하는 나쁜 선례를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정교분리의 칼날이 교회의 목을 겨누지 않도록 스스로의 투명성을 증명하며, 법 집행의 과잉을 단호하게 감시해야 할 때이다./ 발행인 윤광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