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에서 명상체험하는 장면(츨처 BBS 뉴스)
국비 5억 원의 행방… 숲속에 잠겨버린 ‘유령 체험관’
충북 영동군의 한적한 산방에 위치한 반야사. 사찰 중심부에서 안내판도 없는 가파른 숲길을 10분 넘게 걸어 올라가자 거대한 현대식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템플스테이 및 명상 문화체험 시설 자원화’ 명목으로 국비 5억 원을 지원해 건립한 대형 체험관이다. 2023년 불교계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를 고발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취재진이 건물의 문을 당겼으나 굳게 잠겨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확인한 내부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완공된 지 1년이 넘도록 내부 바닥과 벽면의 공사 보양재 조차 뜯지 않은 상태였고, 집기류 위에는 뽀얀 먼지만 쌓여 있었다. 단 한 명의 이용객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 ‘유령 건물’이었다. 사찰 관계자는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사실상 사용 빈도가 거의 없다"며 부실 운영을 시인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지어진 전국 사찰의 체험 시설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5년 이상 아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문을 닫아걸어 둔 사찰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상 최소 한 달에 2회 이상 의무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하지만, 세금만 타내고 시설은 통째로 방치하는 ‘개점휴업’ 사찰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통문화’ 앞세워 10년간 1조 원 독식… 이중 지원 논란까지
불교계가 ‘전통문화 보존’과 ‘관광 진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로부터 받아 챙긴 국고보조금은 최근 10년간 매년 수백억 원대 규모로 증액되어 왔다. 템플스테이 지원금은 지난 10년간 매년 최소 200억 원에서 최대 250억 원 안팎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시설비 및 운영비 명목으로 고정 지원됐다. 10년 누적 최소 2,000억 원 이상이다. 전통사찰 보수 및 방재시스템 명목으로 매년 250억~300억 원이 투입되어 10년 누적 2,500억 원 이상이 쓰였다. 2023년부터는 사찰 관람료 면제에 따른 손실을 메워준다며 매년 419억 원의 국민 세금이 추가로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10·27 법난기념관 건립 등 대형 건축 사업까지 포함하면 지난 10년간 불교계 한 곳에 맹목적으로 투입된 세금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예산 집행 구조 역시 방만하기 짝이 없다. 조계종 산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예산 배정권을 독점하면서 조계사 안심당(국제명상센터) 건립 당시 동일 시설에 예산이 중복 청구되는 등 이중 지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종단 내부 일이라 관여하기 어렵다", "현장 실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감사를 방관해 왔다. 국민의 혈세가 특정 종교의 포교 인프라 구축과 자산 증식을 위한 쌈짓돈으로 전락한 꼴이다.
헌법 제20조의 실종… 기독교 근대유산은 ‘종교 특혜’ 잣대로 차별
이러한 정부의 극심한 편파 행정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 즉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를 재정적으로 공인하고 뒷받침하는 현 작태는 사실상 민주공화국의 종교 평등 원칙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교회는 단순한 예산 불균형을 넘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일구어 온 개신교의 역사적 가치를 정부가 전면 부인하고 거세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이 땅에 근대식 학교와 병원을 짓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사상의 씨앗을 뿌렸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발자취가 남은 초기 선교 유적과 한옥 형태의 교회 건축물들은 대한민국이 보존해야 할 소중한 근대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최초의 개신교 교회나 성당 보수 예산은 전통 종교 유산이 아니기에 국비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차별적 논리를 대놓고 들이댄다. 이로 인해 유서 깊은 기독교 유산들은 지원 사각지대에서 허물어져 가고 있다.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역사적 가치가 입증된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의 경우, 불교계의 조직적인 반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가로막혀 근대문화재 등록조차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쓰지도 않을 불교 MZ 명상센터 건립에는 수십억 원을 난사하면서, 기독교 역사 현장을 보존하는 데는 철저히 인색한 이중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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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불교계 지원 예산 및 실태 |
기독교계 지원 예산 및 실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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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 종무실 |
예산 849억 8,100만 원 (81.43%) |
56억 2,400만 원 (5.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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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지원 명목 |
템플스테이 운영비, 사찰 보수, 관람료 손실 보전 등 |
근대 문화 행사 지원 등 최소 편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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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관리 실태 |
5년 이상 장기 폐쇄 및 보양재도 안 뜯은 유령 시설 속출 |
예산 전무로 초기 한옥 교회 등 유산 방치 및 붕괴 위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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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본 태도 |
전통문화 보존 명목으로 감사 없이 수백억 지속 증액'종교 특혜' |
잣대 적용, 문화재 등록 및 보수 차별 |
표심 노린 정경유착, 종교의 순수성마저 오염시킨다
특정 종교가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 지원에 기생하며 교세를 확장하는 것은 종교 본연의 순수성을 잃고 타락하는 지름길이다. 선거철마다 불교 표심을 의식해 사찰을 찾아 고개를 숙이며 예산 증액을 약속하는 정치권과, 이를 빌미로 더 많은 국고를 요구하며 권력화된 종교 권력의 유착은 결국 사회적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화근이 될 뿐이다. 정부는 ‘전통문화 진흥’이라는 위장막을 즉각 걷어치워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특정 종교의 포교 자금이자 부동산 증식비용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세금만 가로채고 방치된 유령 명상센터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예산 편중 구조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모든 종교 유산에 대한 공정하고 균형 있는 지원 기준을 확립하는 것만이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한국 교회의 역사적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