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금 3억원 이상 되는 공익법인의 '전자기부금영수증' 발급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현장 교회는 제도 시행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교총은 지난 13일 국세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교회의 현실을 설명하며 제도 유예 등에 대한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기부금 3억원 이상 되는 공익법인의 '전자기부금영수증' 발급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현장 교회는 제도 시행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교총은 지난 13일 국세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교회의 현실을 설명하며 제도 유예 등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 합계액이 3억 원을 넘는 종교단체도 ‘전자기부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됐지만 일선 교회에서는 제도 시행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종교단체를 포함한 공익법인의 전자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직전 연도 기준 성도들의 헌금(기부금) 총액이 3억 원 이상인 교회는 반드시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며, 발급 기한은 다음 해 1월 10일까지이다.
국세청은 지난 13일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제도는 종교단체의 자료 수집 목적이 아니며, 기부자의 연말정산 편의성을 높이고 납세 행정의 효율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부자가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간편하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제도가 정착될 경우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교인들은 영수증이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 자동 반영되므로 별도의 종이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 영수증 분실이나 관리 미흡으로 인한 부당공제 및 가산세 우려도 해소된다.
교회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인쇄 비용, 우편 발송료 등 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법인세법상 의무였던 ‘기부자별 발급명세서 작성’ 및 ‘5년간 보관·제출’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홈택스 시스템은 엑셀 일괄 등록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개별 등록뿐 아니라 다수 등록도 할 수 있다. 기부자 개인정보 보호 조치도 병행된다는 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종교단체 현장의 준비 상황이다. 대다수 교회는 제도 시행 사실조차 모르고 있거나 준비가 태부족한 실정이다. 외부 교적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일부 큰 교회만 업체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뿐, 중소형 교회들은 ‘전자기부금영수증’이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고 있다.
한 대형교회 재정 담당자는 “지역 세무서로부터 공문이나 안내 전화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의무 발급 사실 외에는 정보가 전무해 올해도 종이 영수증 발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만난 여러 목회자들 역시 기자의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교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장 고신총회는 10월말 임원회 결의를 거쳐 한교총에 공문을 보내 국세청과의 조율을 요청했다. 12월 제9회 정기총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할 것도 제안했다.
한교총은 국세청 간담회에서 ▲제도 안정화 기간 부여 ▲종이·전자 영수증 발급의 항구적 병행 ▲의무 미이행 시 가산세 등 강제 규정 지양 등을 공식 건의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정부가 종교단체의 재정 흐름을 더 면밀히 파악하고 감시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을 때 교회의 재정 장부 열람 및 세무조사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불이익 여부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재 의무 불이행에 따른 가산세 등 별도 제재는 없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유예와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김영근 회계사는 “3억 원 이상 기준은 전문 인력과 지식이 부족한 중소 규모 종교단체도 포함될 수 있다”며 “향후 증여세법상 ‘출연 재산 사후 관리’ 의무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준비가 부족한 교회에 갑작스러운 의무 부과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교총은 오는 12월 중 세종시에서 국세청과 2차 간담회를 갖고 구체적인 질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교회의 특수성이 반영된 합리적인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