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여인 제17화] 바울과 함께 감옥에 갇힌 유니아(Junia)

바울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따르고, 사도들 가운데 우뚝 섰던 영적 거인

2026-07-22 10:59:07  인쇄하기


hq720.jpg

AD 50년대 중반, 제국의 심장 로마의 한 악명 높은 지하 감옥. 쇠사슬이 긁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디찬 한기가 뼈를 찌르는 그곳에, 한 여인이 쇠사슬에 묶인 채 앉아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유니아(Junia)였습니다. 그녀는 범죄자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했다는 이유로 로마 권력에 체포되어 사형수들과 함께 갇힌 것이었습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절망의 심연 속에서도 유니아의 입술에서는 나지막한 찬송과 기도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복음을 위해서라면 감옥의 창살도, 황제의 칼날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인과 같은 믿음의 소유자였습니다.

바울보다 먼저 그리스도인이 된 영적 선배

사도 바울은 로마서의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파격적이고 극진한 찬사를 한 인물에게 바칩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유니아와 그녀의 동역자(혹은 남편) 안드로니고였습니다.

"내 친척이요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에게 문안하라 그들은 사도들에게 존경받는 자요 또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로마서 16:7)

바울은 유니아를 향해 세 가지 사실을 증언합니다. 첫째, 혈통적 친척이거나 동족이었다는 점. 둘째, 복음을 전하다 바울과 함께 감옥에 갇히는 고난을 겪었다는 점. 셋째,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예수를 믿었던 영적 선배였다는 점입니다.

유니아가 믿은 그리스도는 안락함의 통로가 아니었습니다. 고난의 길이었지만, 그녀는 바울과 함께 차디찬 감옥을 감내하며 십자가의 푯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역사 속에 지워졌던 이름, 위대한 '여성 사도

교회사와 성경 서신서 연구에서 유니아라는 이름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신학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것은 유니아가 여성사도(Female Apostle)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로마서 167절의 "사도들에게 존경받는 자"라는 표현은 그리스어 원문(επίσημοι εν τοις αποστόλοις)으로 볼 때 "사도들 가운데 뛰어난 자(outstanding among the apostles)"로 해석하는 것이 훨씬 타당합니다. , 유니아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초대 교회 유력한 사도(Apostle)’ 군에 속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초기 교부였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John Chrysostom)4세기에 사가들을 향해 "이 여인의 헌신이 얼마나 위대했으면 사도의 이름까지 얻었겠는가!"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반면 가부장제가 고착화된 중세 시대를 거치며, 필사자들은 감히 여성이 사도일 리 없다며 유니아(Junia, 여성형)의 이름을 '유니안(Junias, 남성형)'으로 고쳐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백 년간 지워졌던 그녀의 이름은 20세기 후반 고고학과 성서학 연구를 통해 마침내 당당한 여성사도 유니아로 복원되었습니다.

제국의 심장에 새겨진 십자가의 흔적

유니아는 예루살렘 교회의 시작을 목격하고, 오순절 성령 강림을 체험한 초대 교회의 주역이었습니다. 그녀는 정착된 안정적인 사역지에 머물지 않고, 박해의 한복판이자 세계의 중심인 로마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사역은 말과 설교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몸에 새겨진 투옥의 흔적(Stigmata)’이야말로 그녀가 사도임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영적 명함이었습니다. 바울은 감옥이라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기개를 꺾지 않았던 유니아의 눈빛에서 부활의 생생한 증거를 보았고, 그렇기에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사도들 중에서도 존경받는 위대한 이"로 로마 교회에 소개했던 것입니다.

쇠사슬을 넘어 울려 퍼진 신앙의 기개

세상의 역사는 유니아의 이름을 지우고 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전승이 그녀의 성별을 바꾸고 이름을 지우려 했을지라도, 하나님 나라는 제국의 감옥 속에서 쇠사슬을 차고 복음을 외치던 그녀의 당당한 발걸음을 '사도'라는 이름으로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해의 삼엄한 어둠 속에서 유니아가 보여준 타협 없는 신앙과 기개는, 오늘날 거친 세상 속에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성도에게 변하지 않는 위대한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발행인 윤광식

이 기사가 은혜가 되셨나요?------------------------------

한국기독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매월 1만 원의 동역은 한국기독일보가 복음 수호의 사명을 감당하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복음의 파수꾼을 세우는 든든한 망대가 되어주십시오.

후원 계좌: 국민은행 69500-10-1293-194 (예금주: 한국기독일보)

은행 앱이나 창구에서 매월 정기 자동이체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 연재 예고]

다음호는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과 선행을 베푼 욥바의 여제자, 다비다의 아름다운 이야기기 펼쳐집니다.

이전글 | [성경 속 여인 제18화] 욥바의 여제자, 다비다
다음글 | [성경 속 여인 제16화] 전도자 빌립의 네 딸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