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문화강좌 학원법 저촉 안된다." 법원 최종판결

종교생활 및 취미활동 강좌는 학원법 비저촉 … 학생 과외교습은 여전히 불법

2012-11-08 12:36:50  인쇄하기


지난 5일 오전 11시 미래목회포럼(대표:정성진 목사)은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 내 문화강좌 개설 및 진행은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밢표했다.
 

법원은 교회가 운영하는 문화강좌가 학원법 위반이 아니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교회들은 학원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교생활 및 취미활동 목적의 문화강좌를 개설,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많은 교회들이 성도들의 신앙 및 취미생활을 독려하며, 지역사회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침체된 지역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취지 및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문화강좌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학원법 개정 이후,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문화강좌를 진행하는 것은 학원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최근 몇몇 교회들이 고발과 함께 벌금형을 부과 받으면서, 개설된 문화강좌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등 교회 내 문화강좌가 상당수 위축돼 왔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부광성교회(김호권 목사)도 지난 2007년 말부터 문화강좌를 진행하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왔다. 문화강좌는 지역주민들에게 거리낌 없이 교회를 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자연스럽게 교회와 지역이 하나 되는 접촉점이 되면서 지역선교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학원가의 불ㆍ탈법 행위를 신고하면서 포상금을 받는 일명 ‘학파라치’에 의해 불법 학원으로 신고돼 구리남양주구리지원청으로부터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됐으며, 지난해 10월 20일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3백만 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문화강좌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부광성교회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8월 9일 1심에서 무죄판결을 얻어냈고, 이어 지난 10월 19일 2심에서도 역시 무죄를 받았다. 당시 검사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됐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한 검사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사실 동부광성교회는 교습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부광성평생교육문화원’이라는 상호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해오다가 학파라치에 의해 고발당했다. 사건을 조사한 검사 측에서는 처음 여러 강좌를 기소했지만 재판 중 강좌별로 구체적인 사실을 심리하는 가운데, 학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강좌 내용과 교육 시설 부분을 제외하고, 유아 및 초등학생의 교육 프로그램인 ‘신나는 미술시간’ 강좌만을 정식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나는 미술시간 강좌를 수강한 유치원생들은 학원법에서 규정하는 과외교습 기준에 해당되지 않고, 지식과 기술, 예능을 교습하는 행위이기보다는 단순한 종교활동 내지는 취미활동이라고 판단된다며 검사의 기소와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미래목회포럼(대표:정성진 목사)이 지난 5일 오전 11시 기독교회관에서 진행한 ‘고등법원 승소 기자회견’에 참석한 동부광성교회 김호권 목사는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학원을 조사하기 위해 개정된 학원법 때문에 한국 교회가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처음 고발을 당했을 때, 불신자인 지역 주민들과 교류의 장이었던 문화강좌를 순순히 포기할 수 없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동부광성평생교육문화원의 문화강좌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학파라치의 고발이 무고죄로 처벌당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동안 범법행위로 인식되면서 중단됐던 교회들의 문화강좌가 이번 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학원법 개정 이후 종교단체의 평생교육 참여제도를 마련하라며 학원법 재개정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그동안 많은 교회가 문화강좌를 취소하거나 폐쇄해왔는데, 한 교회가 용감하게 법적으로 대응해 교회 내 문화강좌 개설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판결을 얻어냈다”며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 목사는 “우리 교회도 학파라치의 고발로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시정하라는 권고를 받으면서 약 80여 개의 평생교육 강좌를 취소했었다”며 “법원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만큼 내년 초에 취소된 강좌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고등법원 판결은 교회가 자유롭게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문화강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 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학원법 제2조 제4호의 ‘소정의 초등학교ㆍ중학교ㆍ고등학교 또는 이에 준하는 학교의 학생과 학교 입학 또는 학력 인정에 관한 검정을 위한 시험 준비생’ 등에 포함되거나 지식과 기술, 예능을 교습하거나 교과활동 중에 학교의 수업능력을 직ㆍ간접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문화강좌의 경우는 여전히 학원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의 학교 수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의 문화강좌는 교회에 개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외교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설령 이러한 과목을 무료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교회는 반드시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학원으로 등록하고, 그에 해당되는 모든 조항들을 지켜야 한다.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사회봉사 차원에서 과외교습과 같은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교회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대해 동부광성평생교육문화원 지역사회국장은 “교회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 등과 같은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경우 칠판이나 프로젝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율수업 형식으로 교회학교 선생님이 가르칠 경우에는 학원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교회가 개설할 수 있는 문화강좌는 종교활동 차원에서 마련되거나 학생보다는 성인들의 취미활동 범위를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래목회포럼은 “학원법 개정 이후 초, 중, 고등학생에 대한 모든 강좌가 학원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평생교육시설의 학습이 금지된 상황”이라며 합리적 허용범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미래목회포럼은 “평생교육법에 교육대상을 ‘불특정 다수의 성인’으로 규정한 부분에서 ‘성인’을 삭제하고, 초, 중, 고등학생의 수강이 가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며 “관할 지역 내 4~5km 이내의 청소년 대상 직접적인 학과목 강좌 개설은 금지하고, 학원의 교습과목을 제외한 과목에 대해서는 가능하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종교단체의 평생교육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익목적이며, 비영리성으로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교육의 혜택을 주기 위한 복지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평생교육법 및 관련 법규의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및 관계 교육청 담당자를 비롯해 국회의원, 개신교, 불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종교단체의 평생교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토론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교회 및 다른 종교단체가 문화선교 사역으로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도출했다. 이후 9월 19일 남양주 지역의 최재성 국회의원이 대표로 발의하고 9명의 의원이 동참해 ‘평생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했다.

정성진 목사는 “평생교육법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교회는 합법적으로 평생교육시설 차원에서 문화강좌와 같은 문화선교 사역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한국 교회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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