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준비위, 반대여론확산에 재정압박 겹쳐 '표류중'

정부지원금 23억원, WCC대회비로 사용하면 위법

2013-03-27 08:04:09  인쇄하기


WCC한국준비위가 밖으로는 반대여론과 안으로는 재정압박까지 겪고있는것으로 교계소식통이 전했다. 특히  
정부지원금 23억원은 WCC 10차 총회 회의비로 책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홍보’ 및 다문화 사역 예산으로 지원되어 국제적인 행사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다문화 다종교 지원 명목으로만 정부예산을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있어 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지원금 예산 집행내역에 대해 시민사회와 WCC반대측의 감시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만약 정부지원금이 목적외로 전용될 경우 심각한 파장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WCC 한국준비위 회의 장면

또 WCC 10차 총회가 2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반대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소리'가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펼치는 가운데 국내 보수교단들도 반대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고 특히,지난 21일 300여 명의 집회 행렬이 문화관광부를 시작으로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 앞까지 이어졌다. 또 보수교단 성도들이 모여 아예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면서 반대여론을 합리화하고 나섰다.

에큐메니칼 진영으로써는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차별 살포하면서 WCC를 용공으로 몰아가는 시민반대운동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여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신공격성 반대운동에 대해 한 치의 대응도 하지 못하는 ‘한국 준비위원회’의 무기력이 더해지고 있다.

WCC 총회를 앞두고 한국 교회가 처한 난감한 상황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초 스위스 보세이에서 열린 WCC 실행위원회에서는 ‘오해’에서 시작된 과도 예산논란이 있었다. 10차 총회 예산안에 한국 교회가 약속한 총회 지원금 150만 프랑(CHF)에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지원금 23억 원이 추가 책정된 것. 한국 대표로 참여한 실행위원은 상황을 확인한 후 한국정부 지원금의 성격을 설명하고 한국 교회가 줄 수 있는 예산은 ‘150만 프랑’이 전부라는 점을 재확인 시켰다. 그러나 WCC는 역대 최저 예산인 570만 프랑만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통과시키고 한국 교회가 WCC 총회에 총 340만 프랑에 이르는 후원을 약속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회의를 마쳤다. 한국 교회가 약속한 150만 프랑을 빼면 총 190만 프랑을 더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

벡스코라는 고급 회의장 사용이 부담스러운 WCC로써는 시설 사용에 들어가는 부분은 한국 교회가 감당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확신의 배경에는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약속’이 깔려 있었다.

제네바와 한국 교회가 각각 생각하는 340만 프랑과 150만 프랑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한국 돈으로 23억 원의 재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 현재 한국 교회가 가늠할 수 있는 예산은 정부지원금 23억 원과 WCC 회원교단 분담금 20여억 원, 정부지원금 사용을 위해 한국 교회가 마련해야 하는 ‘매칭펀드’ 23억 원 등 총 60~7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지원금은 WCC의 오해와 달리 WCC 10차 총회 회의비로 책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홍보’ 및 다문화 사역 예산으로 지원됐다. 특정 종교에 행사비를 지원할 수 없는 정부로서는 국제적인 행사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다문화 다종교 지원 명목으로만 정부예산을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즉, 정부지원금은 예산서에 기재한 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결국 한국 교회는 WCC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340만 프랑의 약속을 이행하던가, 아니면 국제적 망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총회를 마치고 재정누수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도 골치아픈 문제다. 지금 WCC 준비관련 예산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유지재단 법인 통장으로 들어온다. 별도의 법인이 없는 WCC 준비위는 교회협 법인을 재정의 주체로 활용했다. 정부 기관 역시 이미 오랫동안 함께 일한 교회협이 파트너가 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교회협 총무가 집행위원장 사퇴를 선언한 후 교회협은 실질적으로 WCC 활동에 모두 빠져있다. 결의와 집행에 대한 권한이 없이 재정에 대한 책임만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재정의 또 한 축을 감당하고 있는 통합과 감리교, 기장 등 WCC 회원교단들 역시 약속한 예산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교단 실무자들이 사업 구상과 집행, 결의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돈을 줄 수는 있지만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회원교단조차 모르는 모순된 구조가 원인이다. 상임위원회에 4개 교단 총회장이 참여하고 있지만 올 1월에서야 합류할 수 있었다. 아직도 교단 총무들의 참여는 배제된 상태다.

한 회원교단 실무자는 “교단 WCC 준비위원회에서도 에큐메니칼운동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고, 이 일들이 WCC 총회와 맞물려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구조로서는 교단의 참여가 어렵다. 상임위원회가 모든 집행과 결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에서 큰 목적으로 재정을 내놓는다고 해도 교단의 계획과 전혀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성급하게 약속한 예산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단 실무자의 하소연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반발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에큐진영 역시 “대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상임위원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에큐진영으로써는 WCC 반대 여론의 화살도 맞을 각오가 되어 있고, 새로운 에큐메니칼 운동의 희망을 그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만 마음껏 펼쳐놓을 장이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자칫, ‘그들만을 위한 WCC 총회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부담스럽기는 상임위원회도 마찬가지. 당장 사업계획과 예산을 처리하고 WCC 반대운동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회는 3월 들어 두 차례나 연기됐다.

지난 26일에는 3월 들어 두 번째 상임위원회가 소집됐지만 김삼환 위원장을 비롯해 대다수의 상임위원이 불참하면서 비공개 간담회 형식으로 현 사태를 논의했다.

상황이 이처럼 어렵게 되자 4개 교단 총회장과 총무, 그리고 WCC 상임위원회 내의 에큐메니칼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4개 교단 실무자들의 참여와 교회협 김영주 총무의 복귀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에큐진영이 활발하게 일할 마당을 펼쳐주자는 뜻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 1.13공동선언문 파장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선언문을 상임위원회 역시 파기하고 가는 것이 옳은지, 복음주의진영을 설득할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논의들이 아직까지 상임위원회에서 공식으로 다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WCC 총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교회 지도자와 교단 실무자, 에큐진영 인사들이 각각 다른 시각으로 WCC 부산총회에 접근하고 있고, WCC가 주제로 내세운 ‘생명과 정의, 평화’를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 한 번 없었다는 점이 아픔으로 남아 있다.

현재 WCC 총회 관련 사업은 ‘일시중지’ 상태다. 상임위원회가 연기되면서 사업결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국에서 60여 개 사업안을 확정하고 출발을 준비하고 있지만 ‘머리’가 너무 무겁고 복잡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준비위 일각에서는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음을 모아 일을 시작해도 늦을 판에 누구 하나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싸움만 벌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교회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한반도 불안을 이유로 총회를 연기하고 총회 장소를 옮기자는 공식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부끄럽게도 그 이면에는 매일 ‘싸움’만 하는 한국 교회에 신물이 난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묻어 있다.

급기야 자리와 명예에만 연연하다 본질을 놓치는 상황이 도래했다. 상임위원회도 에큐메니칼 진영도, 4개 회원 교단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숙하게 대화를 이끌거나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 양보하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WCC 총회까지 불과 200일 남짓. 내적으로는 에큐진영이 마음을 모아 ‘WCC 반대운동’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외적으로는 제네바 본부에서 생각하는 ‘340만 프랑’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모두들 자기의 것만 탐하다가 한국 교회가 어렵게 쌓은 국제적 신뢰와 에큐메니칼이 그동안 지켜온 고고한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대승적 화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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